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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지만 다른,      

      제주만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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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처음 가면서 

기준은 한 가지였다.

서두르지 말자.

무성의한 듯, 나름 타당한 듯

제주도를 4개 권역으로 나눈 뒤

이번에는 오직 북서권역만 다녀보자고 했다.

3박 4일로 일정도 짧았고

나머지 권역은 여러 번에 걸쳐 

차근차근 다녀오자 싶었다. 

설사,

그러다 또 다른 기회를 얻지 못해

다른 권역들을 다녀오지 못한다고 해도

전체를 대충 보는 것보다는

일부를 차분히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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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을 북서권역으로 한정하다 보니

애월을 많이 오가게 되었고,

믿기지 않겠지만

애월 카페거리가 그랬듯

이곳 애월의 한림해변산책로도 

우연히 가게 된 곳이었다.

한 가지 

애월 산책로로 향하기 전 

지도를 보면서 한쪽 끝이 

어제 수많은 인파를 보았던 카페거리와 

닿아 있다는 것만은 미리 알고 있었다.

그렇담,

그쪽은 분명 주차가 어려울 것이고

사람도 많아 번잡할 것 같아

다른 끝인 곽지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초겨울의 곽지해수욕장은 

다행히 한산했다.

주차장도 여유로웠다.

평화롭게 주차를 하고

산책로로 향하는 길.

바다를 바로 앞에 둔 하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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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누군가는

아무리 좋은 풍경도 금방 익숙해진다고 하지만

좋은 풍경 속에서의 삶에

항상 감사하게 느낄 순 없다고 해도

항상 영향을 줄 순 있다고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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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좋아도 바람이 거친 날이다.

그래도

조그마한 방패제 위에서는

프로 사진가로 보이는 사람이

한 커플을 촬영하고 있다.

바로 앞의 해녀의 집을 지나면

한림해안산책로가 

비로소 시작된다.

애월의 해변 길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캘리포니아 해변을 생각나게 했다.

팜트리 때문일까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매끈한 하얀 건물들 때문일까. 

난 애월에서 캘리포니아를 보았겠지만

누군 간 아바나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캘리포니아에 간 제주사람은

또 그곳에서 제주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자신이 본 것만큼

세상을 본다는 우리들은

그런 시각적 경험들이 충돌하면서

깨지거나

오히려 더 

단단해지기도 하겠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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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애월의 해변 길은

애월의 해변 길이다.

캘리포니아도

아바나도 아닌.

부드러운 모레는 

롱보드를 밀고 나가는 레돈도 비치의 모레,

거친 지형은

라구나 비치의 깊숙한 지점,  

노을에 붉은 돌은

레오 까릴로 비치의 색,

그리고 

조그맣게 나누어진 해변은

가비오타 해변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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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캘리포니아의 어떤 해변 중에서도

그 모든 걸 이렇게 한곳에 다 갖춘 해변을

난 아직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확실히

저 검은 돌 만은 없겠지.

캘리포니아의 해변 같아서가 아니라

제주도만의 해변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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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해수욕장으로 돌아오는 길

아까보다 해가 더 기울었고

사람도 더 많다.

사람들이 꽉 들어찬 

여름의 바닷가보다

사람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겨울의 바닷가를 

더 좋아하는 나는

겨울이 성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