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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가시를 거둬내면

맛볼 수 있는 달콤함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멀티유즈랩

[내가 콘텐츠다] 

 

| 쏜애플 홍동균 기타리스트

“진지하고 어둡기만 할 줄 알았죠.”

 

해럴드 리얼푸드의 김병규 담당자는 초기의 고민을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이커머스를 시작하면서 저희의 가장 큰 걱정은 유통 관련 경험이 미흡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리얼라이프에서 판매할 상품을 찾는 것도 일이었지만 이미 안정적인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부터는 납품을 받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판매하고 싶다고 해서 다 가져다 팔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홍동균이라는 개인이 쏜애플의 전부가 아니듯이, 쏜애플의 음악이 홍동균이라는 사람의 전부가 아니다. 쏜애플 기타리스트 홍동균 이상의 홍동균을, 기타를 안 들고 있을 때의 홍동균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유튜브 개인 채널을 시작했고, 본캐 홍동균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기 위한 부캐 ‘혼돈균’이 탄생했다.

 

“나는 이런 면만 있는 사람이 아닌데, 저라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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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채널을 만든다는 건 홀로서기와 같더라고요. 혼자는 있고 싶은데 밴드의 인기에는 그대로 의지하겠다 한다면 앞뒤가 안 맞잖아요.”

 

소속사에 도움을 청해볼까도 했지만, 회사든 누구든 개입하면 ‘혼돈균’ 채널의 진정성이 훼손될까 우려되었다. “서툴더라도 순도를 지키고 싶었어요.” 더욱 중요한 건 회사 내에는 유튜브를 잘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 반려묘 애월이의 출연분량을 높이는 냥트키를 쓰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애월이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그마저 그만두었다. 결국, 이런저런 고민만 길어지는 사이 점차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업로드는 멈추었다.

팬들조차 새 업로드에 대한 기대를 접게 될 때쯤 콘텐츠멀티유즈랩의 ‘내가 콘텐츠다 크리에이터 클래스’를 알게 되었다. 5주간의 수업이 시작되고 인디밴드 뮤지션 답지 않게 전회 출석하는 근면성과 성실함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열정만 가지고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던 1년 전이 떠올랐다. 열정을 되찾은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다시 흥미가 살아나는 감흥이 특별했다.

 

“팬들로부터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거든요. 그런데 그랬더니 저만 재밌더라고요. 팬들이 흥미를 잃으면서 저도 흥미를 잃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에도 계획과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시청 타겟층과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확실히 해야 한다. 구독자의 입장에서 영상의 길이와 호흡을 조절하고 진입장벽도 낮추려고 한다. “2021년 1월에 채널을 새롭게 리부트합니다. 리부트해서 구독자가 많이 늘어나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게 최종 목표는 아녜요. 팬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팬들도 저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고민은 여전히 남아있다. 쏜애플의 이미지가 구성원에 그대로 씌워지는 것과 반대로 유튜버 혼돈균의 이미지가 쏜애플의 음악을 들을 때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하다. “제 마음대로 채널을 운영하니까 좋긴 한데 쏜애플의 컨셉에 해가 될까 봐 걱정이에요. 밴드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다행히 쏜애플 멤버들은 유튜브 채널에 대한 관심도 간섭도 보여주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연결의 끈이 마술처럼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유튜브와 거리를 두던 멤버들이 요새 혼돈균 채널에 조금씩 관심을 던지고 있다. “잘해서는 아니고, 그거라도 할 것이 있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공연 위주로 활동하던 쏜애플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공연이 취소된 후 정지된 시간 속을 살고 있다. 방황이 있긴 했지만 그나마 유튜버 혼돈균에게는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유튜버 경험으로 개인 활동이 이어지고 인터뷰에 응하거나 회사 내 행사에서 MC를 보기도 했다. “창문같아요. 유튜브 콘텐츠라도 만들 일이 없었다면 지금 어떻게 숨 쉬며 살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쏜애플의 음악을 들어보면 떡상은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의 문제라는 것이 명확하다. 그래서 궁금증이 생겼다. 공연으로 앨범 준비로 쏜애플이 너무 바빠질 때, 그래서 입이 찢어진 회사에서 나서서 쏜애플 유튜브 채널까지 만들어 준다고 할 때, 그때도 혼돈균 채널은 살아 있을까?

 

“바빠지면 사람을 써서 촬영과 편집을 하면 되겠죠. 그리고 회사에서 쏜애플 채널을 만들어줘도 제 개인 채널은 유지하려고요. 아마 사고를 치지 않는 한 계속할 것 같아요.” 가시가 돋아 있지만, 당신이 베어 물 수밖에 없는 사과라는 쏜애플. 기타리스트 홍동균도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가시 돋은 껍질을 거둬내고 혼돈균이라는 달콤한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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