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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취를 찾아가는 겨울,
백담사
웰촌,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의 명산 중의 명산 설악산으로 가는 길에 쉼표가 되어준다는 백담사.
하지만 백담사 자체도 깊은 오지 안에 숨어있죠.
버스가 운행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찾는 백담사이지만,
수행하기 좋은 한적하고 차분한 백담사의 참모습을 만나기 위해서는 겨울만한 계절이 없죠.
겨울산 속에 숨은 백담사를 찾아 지금 천천히 다가갑니다.
관광안내소와 겨울에는 쉬고 있는 백담사행 버스들입니다
백담사 입구에 있는 관광안내소가 잠깐 들어가 봅니다.
인제와 백담사에 대한 안내가 있는데 전시된 자료보다 지키고 계신 해설사분이 많이 것을 알고 계시네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듯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어떤 질문에도 답변을 잘 해주십니다.
여기까지 차를 가지고 오시면 안돼요~
일반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여기부터 백담사까지는 7km인데 걸어서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안내소 바로 옆에는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다른 때는 버스를 타고 가겠지만, 첫눈이 오는 때부터 버스 운행은 중단되기 때문에 겨울에는 운행을 안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래서 겨울에는 일단 왕복 버스비 4,600원이 굳어요.
최소 3,000원 받는 주차장도 겨울에는 그냥 열려있으니 주차비도 아꼈죠?
그리고 백담사 자체가 입장료도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겨울 백담사는 가벼운 마음입니다.
아, 물론 15분 버스길을 1시간 30분 동안 걸어가야 되기는 해요.
반짝반짝 얼음길과 그런 길 위에 누군가 수고스럽게 뿌려놓은 모래입니다
백담사 가는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왜 버스가 운행을 할 수 없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눈이 오고 녹고 얼고를 반복한 길은 눈길도 아닌 그냥 얼음길이네요.
이러한 이유로 아이젠이 필요한 겨울산길입니다.
눈이 많이 오거나 상태가 더 안 좋은 경우에는 아이젠이 없으면 입장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겨울에는 아이젠 꼭 챙겨 오세요~
그래도 7km에 이르는 길고 외진 길에도 누군가 열심히 모래를 뿌려놓았네요.
많은 사람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서 몇 분이 고생을 하셨겠죠?
나중에 보니 스님 몇 분이 트럭을 타고 천천히 오르시면서 모래를 뿌리시더라고요.
한 겨울에 옷을 가볍게 입으실 정도로 열심히 삽질을 하시네요.
감사한 마음에 절로 목례를 합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반가운 길입니다 / 곳곳에 있는 거리이정표입니다
겨울에는 사람이 적다 보니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반갑네요.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얘기도 나누면서 먼 길을 응원합니다.
좋은 인연이었습니다.
백담사로 오르는 길 중간 중간에 온 거리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이정표를 찾아보다가 나중에는 금방 잊어버리게 되네요.
풍경을 즐기면서 올라가세요
그건 바로 이런 풍경들 때문이죠.
걷는 데에만 집중하지 말고 주변 풍경을 즐기면서 오르다 보면 금방 시간이 가는 길입니다.
백담사 자체가 높은 산에 있다기보다, 깊은 산 안쪽에 있는 거라 가는 길이 힘들지는 않아요.
산책 난이도로 치면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물론 어린이가 눈길을 오랫동안 걷는 것은 조금 힘들겠지만요.
드디어 만나는 백담사 일주문과 안내문
1시간 30분을 걸어 드디어 백담사의 첫 관문을 만납니다~!
‘내설악백담사’라고 현판이 걸린 일주문이 너무 반갑네요.
조금만 더 들어가면 있는 안내문도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모두 읽어버립니다.
이렇게 멀리 와야 도달할 수 있는 만큼 아주 오지였기 때문에 수행하기에는 최적의 사찰이 되었다고 하네요.
한계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창건된 것이 647년 신라시대라고 하니 역사도 정말 깊죠.
백담사라는 이름은 지금 자리부터 설악산 대청봉까지 이르는 길에 100개의 못(담)이 있었다는 얘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눈앞에 백담사의 장관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드디어 수심교 너머 백담사의 전경이 엘도라도에 감춰진 사원처럼 펼쳐집니다.
계곡의 폭이 넓은 만큼 백담사로 들어가는 수심교가 아주 기네요.
이 다리만 건너면 우리는 지상의 속세를 떠나 천상의 불국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힘들게 걸어온 만큼 더 큰 감동과 경외감을 갖고 서서히 수심교를 건너갑니다.
백담사가 적힌 불이문과 중생을 구하는 소리를 내는 범종루입니다
금강문을 지나 사찰에 들어서는 마지막 관문인 불이문에 적힌 백담사 현관을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이 불이문을 지나게 되면 본격적으로 불토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 옆에는 법고와 범종, 그리고 목어가 차례로 걸린 범종루가 있네요.
기쁜 마음에 뛰어올라 범종을 치고 법고를 울리고 싶지만 마음속으로만 상상해보았어요.
법고든 범종이든 목어든 지금 바로 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마음이 바로 깨끗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대신 들려오는 염불 소리를 따라 극락보전으로 향해갑니다.
극락보전 앞의 탑과 기도접수처입니다
극락보전 앞에 있는 아담한 크기의 탑과 기도접수처가 무언가 귀엽네요.
백담사는 그 명성이나 역사에 비해서는 뽐내고자 하는 웅장한 탑이나 조각이 보이지 않네요.
그래서 더 경건하고 소박한 마음이 드는 백담사입니다.
시원한 물 한 바가지 드시고 가세요
산신을 모신다는 산령각 옆에 역시 작은 불상이 있습니다.
불상이 용을 밟고 올라서있는데 용의 입에서 약수가 나오네요.
사찰에 오르면 꼭 마시는 약수입니다. 무언가 속이 깨끗해지는 기분이에요.
차가운 겨울이지만 시원한 물로 마음을 정갈하게 바짝 세워봅니다.
불도가 뭔가요? 차나 한 잔 들고 가게
물이 좋아서 상쾌했지만 한 겨울이라 역시 차갑긴 차가웠나 봐요.
갑자기 따뜻한 차가 생각나서 백담다원으로 들어갑니다.
지친 다리도 쉬고 따뜻한 난로 앞에서 몸을 녹이고 뜨거운 차로 속을 달래고 나니 열반이 따로 없네요. 우리가 배우고 깨달아야할 것은 너무도 많아도 이미 몸만은 모든 것을 깨달은 듯 편안합니다.
따뜻한 빛으로 빛나는 백담사 건물과 담벼락
다원에서 녹이고 쉰 몸을 챙겨 다시 백담사 구석구석을 돌아봅니다.
20여 개의 건물이 낮게 지어진 백담사 곳곳에서 마주치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에 흠뻑 빠지게 되네요.
템플스테이를 하는 무설전과 만허당
스님들이 수행하는 공간인 법풍당과 봉정당
사찰인 만큼 계속 사뿐사뿐 조용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다니게 되지만,
스님이나 템플스테이를 하시는 분들이 수행을 하는 공간 주변에서는 더 조심을 합니다.
아예 출입이 금지된 곳 앞에는 친절하게 안내문이 서있기 때문에 먼발치에서만 바라보고 조용히 발길을 돌립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수행하는 분들을 방해하면 안 되죠.
템플스테이 교육관과 백담사종무소
그렇게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수행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면 됩니다.
백담사에 와보니 너무 좋다, 그래서 떠나기 싫다, 하시면 바로 저기 보이는 종무소에 들어가서 인사하시면 됩니다. 다만, 템플스테이 시작하시면 인제 특산물 황태는 못 드세요. 아시죠?
만해 한용운 동상과 만해기념관
만해 한용운이 머물렀던 사찰로도 유명한 백담사 답게 한용운의 동상과 시비가 서있습니다.
백담사에 들어와 득도를 한 만해는 백담사에 머무는 동안 <님의 침묵>을 포함하여
<조선불교유신론>, <정선강의 채근담>, <십현담주혜> 등을 저술했다고 하죠.
만해의 동상 뒤로 만해당과 만해기념관까지 있어서 이곳의 만해의 절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네요.
만해기념관에는 만해를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전시물과 자료들이 있는데,
아쉽게도 겨울에는 방문객이 적어서 문을 닫습니다.
허응당 보우 시비와 5월에 하얀 꽃을 피울 야광나무
만해 한용운의 영향인지 백담사에는 유독 시비가 많습니다.
스님이 낡은 옷을 꿰매는 한적한 풍경을 즐긴 허응당 보우와 천봉우리 골짜기 사이로 들어오는 저물 무렵 햇살을 바라보던 매월당 김시습의 마음도 읽히는 시비입니다.
시비 사이에 홀로 선 야광나무는 5월에 하얀 꽃을 피우고 그 꽃이 밤에도 빛난다고 하네요.
달빛을 받은 야광나무가 밝혀줄 백담사의 5월도 궁금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돌탑들
시와 불심으로 가득 찬 백담사를 나오는 길에 계곡에 늘어선 수많은 돌탑들이 보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소망이 담긴 돌탑들이겠죠.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우리도 작은 돌탑을 올려봅니다.
우리는 이제 백담사를 떠나지만 우리 마음은 백담사를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