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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과 차는 두고 떠나는,
경주시티투어
시티투어, 한국관광공사
천년고도 경주, 유적과 유산으로 가득한 경주. 수학여행으로 가족여행으로, 또는 감성여행으로도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라, 한 번도 경주를 가보지 않은 한국인은 찾기 어려울 정도이죠. 하지만, 너무 익숙한 관광지라, 교과서에서 자주 본 문화재라, 오히려 건성으로 돌아보고 역사에도 소홀하지는 않았나요? 그렇다면 경주 시티투어버스에 올라 ‘세계문화유산투어’를 떠나보세요. 버스에 몸만 실으면 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인 경주에서도 가장 중요한 유적지만 골라 찾아갑니다. 또한, 귀만 열고 있으면 문화해설사가 흥미로운 역사를 떠먹여 주기도 하죠. 천년의 역사를 따라잡는 한 하루의 투자, ‘세계문화유산투어’를 자세히 알아볼까요?
경주 시티투어버스 중에서도 ‘세계문화유산투어’는 무열왕릉, 대릉원(천마총), 분황사, 석굴암, 불국사 등 신라의 찬란한 역사를 빛낸 대표적인 유적지들을 돌아보는 코스입니다.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장소들이 많아 청소년 교육 목적에도 적합하고, 성인이라면 어렸을 때와는 또 다르게 들리는 이야기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죠.
첫 번째 목적지인 태종무열왕릉은 신라 제29대 왕이자 김춘추로 더 잘 알려진 무열왕의 무덤입니다. 김유신과 함께 삼국통일의 기틀을 잡은 무열왕은 신라 왕실에서 유일하게 ‘태종’이라는 묘호를 받았죠. 그에 비하면 무열왕릉은 경주에서는 통일신라시대 봉분장식 중에는 소박한 편이에요. 하지만, 키 높은 소나무들이 무열왕을 호위하는 듯 왕릉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이 무열왕릉의 위엄을 전해줍니다. 입구 가까이 있는 무열왕릉비도 빼놓지 마세요. 1300년 넘게 무덤의 주인을 알려준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통일신라 초기의 뛰어난 조각술을 보여주는 국보이기도 합니다.
대릉원에는 부부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쌍분 황남대총과 신라 제13대 왕 미추 이사금의 무덤인 미추왕릉, 그리고 천마도가 발굴된 천마총 등 모두 23기의 신라시대 고분이 모여 있습니다. 전체 면적이 126,500㎡(3만 8천 평)에 이를 정도로 넓기에 ‘세계문화유산투어’는 특히 천마총에 집중하는데요. 무덤 주인은 알 수 없지만, 천마총에서 쏟아진 귀중한 유물과 해설사가 전하는 발굴에 관한 뒷얘기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대릉원에서도 고분 사이 목련나무가 서 있는 유명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계획이라면 사람이 많은 주말보다는 평일에 방문해보세요.
분황사는 선덕여왕 3년인 634년에 창건된 사찰로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화엄경>을 쓴 인연으로도 유명합니다. ‘분황(芬皇)’은 ‘향기가 나는 황제’란 뜻으로 여왕이 즉위했음을 널리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죠. 사실 사찰보다 경내에 세워진 모전석탑이 더 유명한데요. 신라 석탑 중 가장 오래된 석탑으로 원래는 9층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3층만 남아있습니다. 분황사 바로 앞에는 신라의 전성시대에 세워진 황룡사의 넓은 터가 있는데요. 높이가 80m에 달했다는 9층 목탑과 함께 고려 때 몽골의 침입으로 잃어버린 황룡사가 복원될 날을 꿈꾸며 황룡사지를 잠시 걸어보세요.
이제부터 아끼고 아껴두었던 석굴암과 불국사로 가볼게요. 경주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임에도 석굴암과 불국사는 유네스코가 다시 별도로 등재했을 정도로 그 중요성이 더합니다. 토함산에서 동해가 내다보일 정도로 높은 곳에 자리한 석굴암은 통일신라시대에 불국사를 중창하는 과정에서 세워졌어요. 세계 유일의 인조 석굴로 돔 아래 공간의 한가운데 불상 본존불이 위엄 있게 자리하고 있고, 불교를 수호하는 38구의 조각이 주변을 감싸고 있습니다. 석굴암 자체가 주는 신비로움도 크지만, 석굴암으로 향하는 동안 수도자의 마음으로 산길을 걸어보세요. 지금처럼 산 중턱에 만들어진 주차장이 아닌, 산 아래부터 힘겹게 올라서 마주한 석굴암에서 느꼈던 옛 감흥이 조금이라도 전해질 거예요.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토함산에서 내려오면 중턱에 자리한 불국사를 비로소 마주하게 돼요. 불국사는 528년 법흥왕 어머니의 뜻에 따라 처음 세워졌고, 751년 김대성이 석굴암과 함께 중창에 나서며 우리가 보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높은 석조 기단 위에 목조건축을 올린 불교건축, 대비와 조화를 함께 성취한 다보탑과 석가탑, 계단이며 다리이기도 한 청운교와 백운교, 그리고 금동비로자나불좌상과 금동아미타여래좌상 등 국보로 가득한 유산 중의 유산이죠. 이전에 다녀왔던 분이라도 해설사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면 새롭게 보이고 또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석굴암과 불국사입니다.
경주 시티투어버스 ‘세계문화유산투어’는 문화해설사가 종일 동행하는 패키지형 투어입니다. 경주시티투어 웹사이트와 ‘카카오T 셔틀’을 통해서도 빠르게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어요. 같은 버스, 같은 일행과 함께 다니기에 무거운 짐은 버스에 두고 관광지들을 보다 가볍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투어’는 인원이 최소 15명 이상일 경우에 출발하는데, 경주가 세계적인 관광지인 만큼 주중에도 운행할 확률이 아주 높아요. 경주역과 경주버스터미널은 물론 한화리조트, 코모도호텔, 소노벨경주, 힐튼호텔, 스위스로젠, 코오롱호텔 등 경주의 주요 숙박시설에서 시간에 맞춰 탑승할 수 있습니다.
석굴암과 불국사를 둘러보기 전에 1시간 정도의 점심시간이 있어요. 불국사 후문과 가까운 대형 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식당가에서 자유롭게 식사할 수 있습니다. 투어 비용(성인기준 25,000원)과 별도로 관광지통합입장료(성인기준 19,000원)가 있어요. 할인 혜택은 없지만, 대부분의 관광지가 유료로 주차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주차비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죠. 관광객이 몰리는 성수기나 주말에도 주차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