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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낯설수록 익숙해지는,

불편한 시선

A Disturbing Look from A Flawless Face

An Interview with Oleg Dou / 올렉 도우 인터뷰

관객을 곧바로 응시하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는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감정조차 담겨 있지 않은 아이의 얼굴은 도자기의 표면처럼 곱고 부드러우며 그리고 그만큼 차가워 보인다. 쇼윈도위에 놓인 마네킨처럼 흔들리지도 않는 그 표정 사이에서 꼭 다물고 있는 입 주변에 살짝 갈라진 틈이 보인다. 잘 다듬은 도자기 인형을 끼워 맞춘 듯, 누구나 있을 만한 그 어떤 결점도 사라진 완벽한 이 얼굴은 우리에게 익숙한 아이의 것이 아니다. 여기서 얼굴들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거짓된 표상들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에 따라 유난히 커다란 눈은 조금씩 우리를 위협하는 듯 느껴지고 처음 아이를 보았을 때 가졌던 생경함이 점차 불안함과 불편함으로 변화한다.  

 

그럼에도 포트레이트에서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매끈하고 창백한 피부, 그리고 극적인 조명과 과도한 화장까지, 그리고 거기에 조금의 액서서리와 고급 의상, 마지막으로 브랜드의 텍스트만 더해진다면, 어찌보면 패션잡지의 어느 곳에 실려도 어색하지 않을 사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패션사진 속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봐왔던 러시아의 젊은 작가 올렉 도우는 지금도 패션사진가들이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기술을 사용한다. 모델을 정하고 화장을 시키고 다수의 스트로보가 정성스럽게 설치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컴퓨터 앞에서 엄.청.난. 시간을 보낸다. 그가 컴퓨터로 지워버린 것은 단순히 모델의 주름과 기미, 그리고 눈썹 뿐만은 아니다. 도우의 사진 속 사람들은 모두 그들의 개성이 지워진 사람들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는 정확히 패션사진들과 패션에 관한 모든 것이 하고 있는 일이다. 개개인의 개성을 지우고 획일화와 선입견을 입히는 일체의 과정. 올렉 도우는 이렇게 패션사진의 모든 과정과 절차, 기술을 따라가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위치에 서있기도 하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완벽하고 낯선 얼굴, 그리고 우리들을 위협하는 불편하고 불안한 표정은 알고 보면 그 어떤 것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다. 얇고 연약한 벽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한쪽에서는 고정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스스로 가공한 그 이미지를 부정하려 한다. 올렉 도우의 사진은 무에서부터 낯선 것을 새롭게 창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의 오랜 습관을 조금만 더 앞으로 밀면서 실제와 허구사이의 연약한 벽을 허물고 있다.

 
 
| 사진 그리고 포트레이트

 
처음 사진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가?

내가 처음 카메라를 손에 쥐게 된 건 성인이 되어서야였다. 그게 2005년이었으니까 불과 몇 년전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처음부터 사진에 대해서 무척 진지한 자세로 시작했다. 사실 오래 전부터 포트레이트 사진에 대한 열정이 있었는데 사진도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다.

 

가족들 중에 예술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듯 보인다. 당신이 사진작가가 되기 전부터 어머니는 화가이셨고 형은 음악가였다.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어머니나 형과는 다른 매체를 선택한 별다른 이유도 있을까 싶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난 내 자신이 예술가로서 나의 어머니나 형만큼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항상 나는 어머니나 형이 하는 일 같은 건 할 수 없다고만 생각했다. 다만 나도 무언가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기를 항상 바랬고 사진이 그 방법이 되어 주었다. 솔직히 예기하면 처음에 시작하기에는 쉽지 않은가. 물론 진실된 감정을 포착해 내는 사진의 그러한점에 매혹되었다.

 

포트레이트 작업만 해오고 있는데 특별히 포트레이트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이유가 있는가?

솔직히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사람이 가진 얼굴에 대해서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왔었다는 것만 기억한다. 내가 어렸을 때 가족사진들을 보면서 많은 시간을 지냈다. 나도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진은 사람을 실제 생활에서는 보여주지 못하는 방향에서 드러내는 것 같다. 그 점이 나의 관심을 끈다.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는데 디지털 사진을 이용하는 이유가 있는가?

내 첫 카메라가 캐논 350D 디지털 카메라였다. 지금은 핫셀블러드를 쓰고 있지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내 작업의 성격에는 맞지 않았다. 내 작업에 보이는 것처럼 나는 부드러운 변화와 고운 입자를 선호한다. 이러한 느낌은 필름은 그레인이 많아서 디지털 사진이 훨씬 낫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한 후반 작업의 비중이 큰 편인데 다만 컴퓨터로도 인물들의 감정과 조명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래서 가능한 촬영 당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르네상스 초기 회화의 영향을 종종 언급하는데 당시 회화의 어떤 점이 당신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당시의 회화를 정말 좋아한다. 창백한 피부와 공허한 눈빛에 담긴 낯설면서도 불행한 듯한 감정을 좋아한다. 그게 내가 가장 영향을 받는 것들 중의 하나였다. 특히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와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작품을 좋아한다.

 

현대미술 중에서는 어떤가?

내가 예술을 평가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내가 어떤 작품을 바라보는 동안 내가 느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작품 자체가 겉으로 드러나는 방식이다. 현대 작가들 중에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예술가들이 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와 아네트 메사제Annette Messager처럼 이들은 매우 독특하다.

 

당신 작품에 특별히 영향을 준 예술가를 꼽으라면 누가 있겠는가?

세 명을 말할 수 있다. 보티첼리의 묘하면서도 창백한 얼굴과 달리의 비현실적인 매끈한 표면, 그리고 베이컨의 강렬한 초상화이다. 이 셋이 네게 가장 강한 영감을 준 예술가들이다. 다만 나는 이들의 작품을 따라하는 것은 아니고 이들이 이룩한 것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모스코바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예술가로서 지내기는 어떤가?

나는 모스코바에서 태어났고 평생을 이곳에서 살고 있다. 모스코바를 사랑하고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러시아는 제 정신이 아니다. 하지만 나도 그 일부이고 여기에 머무는 것도 괜찮다. 전 세대의 러시아의 예술가들은 소련 정부에 대항하는 정치적인 예술을 했다. 그러다 90년대에 급진적인 변화를 격은 중장년층의 예술가들이 있다. 지금 새로운 예술가 세대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하고 나도 그 중의 한 명이다. 어디서든 예술가로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러시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나로서는 전 세계에 몇 군데 갤러리를 두고 있고 만족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 있으니 나는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사진에서 인물들의 국적이나 인종은 광범위한 분류를 제외하고는 거의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작품을 하면서 일부러 지워버리는 것인가? 사실 당신은 다양한 인종을 모델로서 쓰고 있는데 그러한 방식으로 특정 국적과 인종을 지워버린다는 느낌도 든다.

사실 국적이나 인종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러시아는 매우 큰 나라이고 따라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여기엔 한국 사람들도 많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다르게 보이고 그들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 지도 알기 어렵다. 내가 사진에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국적이나 인종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사람의 개성을 보여주는 요소들을 얼굴에서 지우고 있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그렇게도 드러난 듯하다. 세계화와 대중매체의 발전 또한 국적이나 인종간의 특성을 지우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작업할 때 일반적인 전체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가장 첫 단계는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스케치를 하고 작품에 적합한 모델을 찾는다. 그리고는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고 맨 마지막 과정으로 오랜 시간을 걸쳐 컴퓨터로 리터치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그렇게 부드러운 피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궁금해 한다.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패션 사진가들이 쓰는 방법을 쓰고 있을 뿐이다. 다만 나는 이를 다수에 걸쳐서 반복한다. 내가 이러한 스타일을 얻게 된 배경은 다소 재미있다. 처음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한 후 친구들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패션잡지에 나오는 모델들처럼 컴퓨터에서 사진을 다듬고 싶었는데 내가 기술이 부족해서 사람들의 피부가 모두 뭉게져버렸다. 실수였는데 그게 내 지금의 스타일이 된거다.

 

모델들의 눈썹을 모두 지워버리고 있는데.

사람들의 얼굴에서 살아있다는 느낌과 죽은 듯한 느낌, 매혹적인 것과 심기를 거스르는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그러한 상반되는 두 가지의 느낌의 중간 지점을 찾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디지털 사진의 인공적인 본질을 이용한 것이다. 플라스틱 마네킨을 지나칠 때 갖게되는 존재감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Nuns' 시리즈에서의 수녀들의 모습은 다소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수녀들과 공포라는 감정을 엮지 않는데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가?

무엇에 관한 것이든 선입견을 좋아하지 않으며 전도顚倒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 방법이다. 내 작품에서 보여지는 검게 채색된 마리아나 불행해 보이는 어린이들의 표정, 그리고 하연 미키 마우스들은 모두 우리들의 선입견을 벗어난 모습들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일종의 심리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신 스스로도 패션 사진의 영향과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패션 사진의 기술을 언급했는데 실제로 일부 사진에서 패션 사진과 순수예술사진의 묘한 경계를 보다 확연하게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시각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 스스로는 그런 데에는 매달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과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비록 상업사진의 기술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상업 사진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업사진과 방법은 같지만 나의 목표 지점은 다르다. 내 사진이 상업사진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나는 사람들이 상업사진을 볼 때와는 다른 감정을 가져주길 바란다. 그것이 종종 좋지 않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모델들은 누구인가?

모델 중 일부는 프로이기도 하고 일부는 내 친구이거나 거리에서 섭외한 사람들도 있다. 보통 내 블로그에 모델을 찾고 있다는 공지를 내고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방식으로 모델을 찾는데 문제가 없었다. 가끔은 모델 에이전시로부터 구하기도 한다.

 

일반인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델들의 외모가 모두 수려하다. ‘Freaks'만 예외를 보이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잘생긴 사람들과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연계했을 때 좀 더 인상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Freaks' 시리즈의 경우는 패션사진의 공식을 뒤집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반대로 갔었다.   

 
사진 속 사람들의 감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다못해 ‘Tears' 시리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조차 이것이 진정 이들의 감정인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들은 왜 감정을 감추고 있는가?

사진 속 모든 이들의 표정에 감정이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감정이 있다. 다만 사람들이 보았을 때 처음 보고 대번에 알 수 있도록 명확하게 보이고는 싶지 않다. 그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끌어내길 원한다. 감정이 감추어진 이러한 사진들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그 당시 자신의 감정을 끄집어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사진에 이입하게 되는 거다. 이는 그대로 작품을 이해하는 시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흥미로운 점을 이끌어 내고 싶었다.

 

'Toy Story' 시리즈의 시작점은 무엇인가?

여느 나라처럼 러시아에도 오랜 전통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유치원에서 매년 아이들의 사진을 촬영한다. 보통 이러한 사진들에서 아이들은 장난감을 손에 쥐고 있거나 장난감에 둘려 쌓여 있기도 한다. 장난감은 강아지 인형일 때도 있고 곰이기도 하고 피노키오이기도 하다. 헌데 이 장난감들은 아이들의 것이 아니다. 사진을 찍는 사진가의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촬영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주워주고 웃으라고 시킨 다음 촬영이 끝나면 다시 사진가가 가져간다. 이럴 때 아이들은 행복한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억지로 웃는 것이 드러나기도 하고 이 모든 상황에서 불편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나도 어렸을 때 사진가와 그의 장난감을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을 원하는 대로 하고 싫어하든 말든 억지로 웃음을 짓게 하고, 사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장난감인 거다. 이러한 데에서 영감을 얻었고 아이들의 얼굴에 장난감을 함께 담아보고 싶었다.

 

최근작 ‘Sketches' 시리즈에서는 이전의 'Toy Story'와 함께 다시 한 번 아이들이 대상이 되었다. 왜 아이들인가?

그건 아마도 아름다운 사람들은 골랐던 이유가 똑같은 이유가 되겠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순수하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이다. 최소한 그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이미지이다. 나는 그 이미지를 뒤집어보고 싶었다. 아이들이 드러내는 감정에 따라 아이들이 실제보다 나이가 있게 보이고도 싶었다.
 
자신의 여러 프로젝트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주제가 있는가?

있다. 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나 그들의 생각을 재는 도구가 되는 선입견을 깨고 싶다. 세상의 모든 이들은 각자 다른 객체이고 일련의 선입견에 따라 판단되어 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 주제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가? 혹은 사진을 제외한 다른 매체는 어떤가?

이제 내가 사진 작업을 시작한지 5년이 지났는데 처음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는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 주제가 어떻게 변할 수 있을 지는 일단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지금으로써는 일부러는 고민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현재에 충실할 뿐이다. 사진에 관해서라면 아마도 내가 사진을 그만두는 일은 없을 듯하다. 적어도 조만간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니까.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Cubs'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진행 중에 있다. 'Toy Story'가 이어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다만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올해 말까지 마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고 있다. 

월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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