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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대한 진심을 담은,
‘마당 향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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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건창호 제공

마당에 대한 진심을 담은, ‘마당 향한 집’

 

집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공간은 언제부터인가 어두운 지하주차장이 되어버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계단을 오르며 조금씩 지상 위로 나오겠지만 이미 지하에서 아래로 잠겨버린 감흥을 끌어올리는 과정은 결국 가까스로 ‘제로’로 회복하는 정도로 느껴진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에게 보다 익숙했던 집을 생각해보면,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공간은 열린 하늘로 내려오는 햇빛을 품은 마당이었다. 마당을 지나 처마밑과 대청마루를 거쳐 실내 공간으로 들어가는 여정은 ‘바깥’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조금씩 정제하면서 편안하고 안전한 ‘안’으로 숨어드는 일련의 의식이기도 했다. 외부이면서도 내부이고, 닫혀 있으면서도 열려 있는 공간인 마당은 그 정제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마당에 대한 로망 하나쯤 품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파트에 대한 애정을 이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막상 (꼭 마당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단독주택을 짓고 살게 된다고 해도 마당은 그 설계와 활용면에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과제를 던져준다.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에 자리 잡은 ‘마당 향한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심에 있는 단독주택용지의 특성상 마당의 넓이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정된 필지 안에서 주차 공간과 마당을 모두 여유롭게 확보하기 위해 처음 건축주는 지하에 주차장을 두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필지를 둘러본 제이앤피플 건축사사무소는 다른 제안을 하게 된다.


이 필지의 평범하지 않은 특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전면과 후면 모두가 도로에 접해 있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금박산 산기슭에 자리한 이유로 전면과 후면의 레벨 차이가 2m 정도 나는 것이다. 건축가는 이러한 특징을 활용하면 다양한 동선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전통적인 주택의 구조를 떠올리며 대문을 열면 나오는 마당으로 들어왔다가 처마를 지나 내부로 들어가는 동선을 제안하게 된다.

 

이를 위해 마당이 주차 공간을 품게 했고 입구는 레벨이 높은 후면으로 내었다. 주차 공간은 필로티로 만들어 눈비가 내려도 여유롭게 내리고 탈 수 있게 하였다. 필로티 공간은 주차장이기도 하지만 연장된 마당이기도 해서 실외와 실내를 잇는 처마와 대청마루의 기능도 하도록 설계했다. 전통적으로 처마밑과 대청마루는 눈비에 젖지 않고 가장 가까이 자연을 관찰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처마밑으로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고 바라보던 여유를 ‘마당 향한 집’의 필로티에서 다시 찾았다.

 

부엌과 거실이 이어진 1층 실내로 들어오면 마당에서 보였던 전면창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주택 자체는 남서향이지만 2층까지 이어지는 시원한 통창이 남동향으로 난 덕분에 남향과 같은 채광 여건을 보여준다. 마당을 향한 벽면 대부분이 창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마당이 1층 실내의 연장 공간처럼 느껴지는데, 투명한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각의 공간에 따로 머물고 있는 가족 간에도 유대감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공간 간의 연계와 연장은 실내에서도 이어지는데 1층은 일부 천장을 오픈하고 보이드 공간을 두어 두 자녀의 방들이 있는 2층으로 연결된다. 통창을 1층과 2층에서 공유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2층도 마당으로 열려 있어서 마당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되어있다. 더불어 2층에는 별도의 마당과 같은 테라스가 있는데 테라스에서도 마당 방향으로 유리 난간을 두어 막힘 없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마당이 잘 내려다보이는 2층의 공용공간은 부부가 도서관으로 꾸몄다. 2층은 아이들이 중심인 공간인데, 자신들만의 공간에 책들이 놓여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독서나 학업에 집중하기에 좋겠다. 이 집만의 독특한 개성은 아이들 각 방에도 숨겨져 있는데, 두 개의 방은 각각의 다락을 둔 복층 구조로 되어있다. 두 다락에는 하늘을 볼 수 있는 천창이 모두 나 있어서 낮에는 햇빛으로 밤에는 별빛으로 아이들의 감성을 채워준다. 어김없이 마당 쪽으로 열린 아이들 방의 창문은 이 집의 마당을 향한 진심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지상 공간을 주차 공간에 양보한 부부의 안방은 대신 지하에 자리하였다. 하지만 전면 레벨이 낮은 이유로 사실상 지상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적당한 채광과 보다 활동적인 공간인 1·2층과의 분리되면서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덴(den)’과 같은 평온함과 편안함을 주고 있다. 거기에 부부의 니즈에 맞춰 넓은 드레스룸과 욕실, 독서 등 차분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사색실을 갖추고 있다.

 

지하 공간이 끝나는 한쪽으로는 썬큰정원을 두어 어김없이 작은 마당을 꾸몄다. 썬큰정원과 맞닿은 전면도로 사이의 담장에는 벽돌을 영롱쌓기로 올려 채광과 사생활보호 사이의 해법을 찾았다. 썬큰정원은 사색실이 멀티룸과 함께 공유하는데, 이름이 말해주듯이 멀티룸은 영화감상부터 실내운동까지 온 가족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마도 가족의 취향과 생활에 맞추어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게 될 것이며, 그 이름이 또 바뀌어도 어색하지 않을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방이다.

 

모든 창과 길이 마당으로 향하고 통하는 ‘마당 향한 집’은 그 어디에 있더라도 가족 구성원 서로 간의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마당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적어도 한반도에서 마당은 내부와 외부, 그리고 자연과 사람을 연결할 뿐만 아니라,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 사이사이를 연결하고 중계하는 핵심적인 공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하면서도 가족이 주는 평온과 안정을 극대화한 ‘마당 향한 집’은 오랫동안 한국인들과 함께해 온 마당이 주는 정서적, 그리고 기능적 역할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건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