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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사진, 영화를 만나다 / 이명세

사진아카이브연구소

경계를 무너뜨리고 찾아내는 변별점

이명세 감독 인터뷰

 

한남동의 주택을 사무실로 개조한 이명세 감독의 작업실. 오후의 겨울 햇볕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2층, 편안한 분위기에서 그를 만났다. 책에 대한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영화와 사진 이야기가 같이 나오기 시작하자 처음의 화두로 자연 지난 십 년간 문화 분야에서 가장 비약적인 성장과 변화를 겪은 한국의 영화와 사진을 둘러싼 분위기로 이야기가 옮겨갔다. 약간은 고무되어, 조금은 걱정도 보태며. 먼저 이명세 감독은 머릿속의 잠재된 이미지들을 어떠한 과정을 거쳐 우리가 보는 영화 안의 움직이는 그림으로 구체화하는지 궁금했다. 혹시 그 과정에 정지된 이미지가 얼마만큼이나 껴드는지 불순한 기대감을 안은 채 말이다.
  
Q: 영화들을 보면 비주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시는 듯하신데 비주얼화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포함해서 혹시 어떠한 시각적 자료들을 활용하시는지요.
A: 제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은 동양적이라고나 할까, 좀 불교적이에요, 명상이기도 하고. 눈을 감고 떠오르는 대로 그려내는 거예요. 명상하고 있으면 거기에 따라 각도가 정해져요. 부감이라든가 로우앵글이라든가, 클로즈업 같은 것들이 그려지는 거죠. 그다음엔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촬영감독과 미술감독등 스태프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물론 콘티도 있고 하지만 그게 내가 그린 스케치 정도니까요. 그래서 별도의 설명을 하게 되는 건데 그게 예전에는 추상적이었어요. 동양화 같은 느낌이다. 혹은 어떤 느낌이다, 이런 식으로. 그러다 보니 힘들잖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참고자료로 사진이든지, 특히 인터넷이 발달하니까 컴퓨터로 찾기도 쉽고 특히 뉴욕을 다녀온 후로부터 부쩍 그렇게 됐어요. (이명세 감독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이후 뉴욕에서 4년 동안 거주하며 미국 영화인들과 교류했다) 이제는 그림이나 사진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설명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조명팀에겐 렘브란트 조명이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미술팀에겐 전체적인 세트의 분위기를 설명합니다. 

최근의 <M>(2007)의 같은 경우 어두운데 깊이가 있는 어두움, 뭔가 추상적인 건데 이걸 설명하기 위해 벽면의 페인트를 번쩍거리는 검은색으로 하는 등 세트디자인에 사용될 재료를 구체적으로 설명함을 물론 사진을 놓고 이러한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조명이 닿아야 한다는 방식으로 설명을 해 나갔죠. 하지만 이것도 너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자료에서 보여주는 만큼밖에 얻을 수가 없는 거니까 추상적인 설명을 아예 버릴 수는 없죠.
  
Q: 영화에 대한 영감을 사진에서 얻은 적도 있는지요?
A: 저 같은 경우는 사실 그러한 영감은 책에서 와요. 책의 한 구절, 시의 한 구. 이것이 구체화되는 과정으로 와서야 미술을 만나고 사진을 만나게 되는 거지요.
  
Q: 그럼에도 감독님의 작품 중에는 사진적인 감각을 지닌 장면들이 눈에 많이 뜨입니다. 특히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 데뷔작 <개그맨>(1988)부터 최근작 <M>까지 거의 모든 작품에서 프리즈 프레임freeze frame을 사용하셨는데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A: 사진이 주는 느낌을 심기 위해서죠. 움직이는 화면 사이에서 정지된 사진이 주는 어떤 느낌을 주기 위해서예요. 그게 구체적인 것도 있지만 뭔가 추상적인 느낌을 담아내는 거죠. 유머러스하다거나 혹은 썰렁한 느낌, 그러한 느낌들을 포착해내는 거죠. 그걸 사진이 가지고 있는 힘을 빌려서 보여주는 거고. 
 
Q: (한쪽 벽에 걸려 있던 <형사 Duelist>(2005)의 오프닝 장터 신을 찍은 커다란 스틸사진을 가리키며) 이 스틸사진이 마치 동양의 카라바조Caravaggio 그림 같다고 평한 사람이 있었는데, 실제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2004)를 만들면서 감독 멜 깁슨Mel Gibson과 촬영감독 드샤넬Caleb Deschanel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인 카라바조의 그림을 영화의 비주얼을 완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모체로 삼았다고 했습니다. 혹시 감독님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신 적은 없는지요?
A: 아직은 없는데 그렇게 하는 것도 재밌겠네요. 그런 것이 그러니까 미술감독이라든지 스텝들이 접근방식을 배우려고 하는 것인데, 사실 그건 한계가 될 수도 있거든요. 나도 들은 게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Paris>(1972) 촬영을 위해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 감독이 빅토리오 스토라로Vittorio Storaro 촬영감독과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놓고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미술팀에게 어떤 도형이나 그림을 갖다 놓고 거기에만 맞추어 줄 것을 요구하지 않아요. 그냥 어떤 느낌만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지. 영화는 결국 영화로서의 특징, 특히 움직임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정지된 이미지의 사진이나 그림과는 또 다르다고 생각을 해요. 결국, 다 모든 게 하나의 접근방식이 될 수 있는데 너무 똑같이 해서 거기에 묶이는 것만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건 영화적이라기보다 회화적인 것이라 봐요. 영화는 사진이나 회화든 어떤 매체로도 대치될 수 없기 때문에 영화인 것이죠. 다른 매체들은 참조할 뿐이지 거기에 의지하지는 않아요. 영화만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죠. 

Q: 말씀하신 대로 영화를 만드시면서 사진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 반대로 영화가 대신 할 수 없는 사진이 가진 면모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A: 최근에 사진 작업을 하나 했어요. 'W' 잡지에서 기획한 것인데 미국에서 ‘W'가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2004)의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 감독이 줄리안 무어Julianne Moore 배우와 스토리가 있는 단편 영화를 찍은 것을 캡쳐한 사진을 모아 잡지에 싣는 작업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한국에서 비슷한 작업을 한 거죠. 제가 배우 문근영 씨와 같이 어떻게 하면 사진을 영화처럼 찍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어요. 영화를 찍듯이 세트를 만들고 한 달 동안 고민해서 시나리오를 쓰고 콘티를 짠 다음 마지막만 사진으로 풀었죠. 전부터 영화를 흑백작업으로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흑백사진으로 했어요.

스틸을 찍는다는 것이 나도 그때 고민을 했던 게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승부를 내야 하니까, 연속으로 촬영을 한다고는 하지만 극히 제한된 몇몇 부분들만 잡아내야만 했어요. 그러면서 어떤 장면을 골라야 할까, 하면서 선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찍는 동안 현장에 집중하면서 그 속에서 박제화된 개념 같은 것을 스토리 안에서 잡아내는 작업이 흥미로웠죠.

영화와 사진의 가장 단순한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영화는 무빙픽쳐moving pictures라고 하는 움직임을 담아내는 것이고 사진은 스틸 still이라고 하는 정지된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 차이가 작은 것 같지만 사실은 엄청 큰 차이이죠. 정지된 사진이라 하면 보는 사람이 시간을 선택하지만, 영화라고 하는 것은 보는 사람이 그럴 수 없어요. 사진은 순간이든 십 분이든 보는 이가 시간을 선택할 수 있지만 영화는 감독이 의도하는 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거죠. 감독은 영화 안에서 슬로우 모션이나 프리즈 프레임을 통해 시간을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죠. 그러한 점에서 영화는 시간예술에 가깝고 사진은 공간예술에 가까워요. 그 안에서 능동적인 것과 수동적인 것의 차이도 나오고. 그런 차이들이 크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한편으론 극장에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늘어나고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개념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DVD를 보면서는 얼마든지 영화를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고 컴퓨터로 화면을 제한 없이 캡쳐해서 정지된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는 거니까요. 절대적인 것 없이 개념이 항상 변화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Q: 사진작가 김아타는 ‘On-Air' 시리즈에서 뉴욕의 타임스퀘어를 8시간의 장노출을 주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편 앤디 워홀Andy Warhol은 1964년에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고정된 샷으로 8시간 동안 필름으로 담아낸 <엠파이어Empire>(1964)를 극장에서 상영하기도 했습니다. 만일 똑같은 대상을 똑같이 8시간 동안, 하나는 사진, 하나는 영화로 찍어낸다고 하면 둘 사이의 차이는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요?
A: 사진은 아무리 8시간 동안 장시간의 노출을 준다고 해도 결국에 남겨지는 것은 한 장의 사진이죠. 영화는 8시간을 촬영했다고 하면 그 8시간 동안의 시간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이고. 같은 장면이라고 해도 사진을 8시간 들여다보고 있는 것과 8시간짜리 분량의 영상을 보는 것은 분명 다른 거라 봐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8시간짜리 영화와는 달리 한 장의 사진을 가지고는 보는 이들이 자신만의 시간 분량을 각자 선택을 하겠죠.

내가 <첫사랑>(1993)에서 4계절의 모습을 24시간 하루 꼬박 촬영해서 몇 분 안에 담아낸 적이 있어요. 하지만 영화는 원하기만 한다면 시간의 변화를 그 안에서 그대로 보여줄 수가 있잖아요. 반면 사진은 그것을 압축해버릴 것이고. 김아타 작가는 시간의 압축뿐만 아니라 서양의 한복판에 가서 사진 안에 시간의 개념을 집어넣어 동양적인 것을 보여주었잖아요. 
  
Q: <M>를 통해 기억(memory)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그래서 생긴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 영화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고 할 때 그것은 정지된 이미지에 가까울까요, 아니면 움직이는 영상에 근접한 것일까요?
A: 기억을 불러들이는 것은 여러 가지가 될 거예요. 영화에서는 색감이 될 수도 있고 사운드와 음악도 그렇고. 일상에선 냄새나 장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중의 하나로 시작해서 다른 것들로 이어지고 연결이 되는 건데. 관객들이 영화에서 한 장면을 기억하고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결국 전체적인 기억으로 들어가는 열쇠가 되는 거라 생각해요. 영화라는 것이 흐르는 이미지이니까, 관객들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이미지 속에서 하나를 잡아내고 간직하게 되는 것이고, 그 이미지를 계기로 영화에 대한 기억을 열면 그것이 곧 기억하고 있는 사운드로 이어진다든지 혹은 이야기로 이어지겠죠. 결국, 스틸 이미지로서의 기억은 바로 영상처럼 쫙 펼쳐지면서 움직이는 그림이 될 거란 말예요. 

왜 한 장의 이미지가 여러 개의 움직이는 그림처럼 이어지는 것처럼 보여주는 사진작가들이 있잖아요.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붙인 듀안 마이클도 그렇지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같은 경우도 사진의 순간 다음엔 사람이 물에 빠져들 것만 같은 순간을 잡은 그런 사진들. 일부러 보여주지 않아도 우리가 다음 장면을 그리게 하는. 그게 연속되는 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건데 사진이 일부러 아쉬움을 남기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서 그 사진 사이의 비약과 선택된 사진 한 장이 빛을 발하는 것이죠. 기억도 기본적으론 그렇게 다음 순간으로 이어지는 것들의 파편들이 파일처럼 차곡차곡 저장된 스틸과 같다고 봐요. 시간이 싸인 경험을 기억하겠지만 그 순간엔 한순간의 정지된 스틸로 남았다가 다시 나중에 기억할 때에는 다시 스틸로 시작해서 결국엔 동영상처럼 쫙 펼쳐지는 것이 아닐까.
  
Q: 피오나 탠Fiona Tan이라는 작가가 <Correction>(2005) 프로젝트에서 카메라 대신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교도소에 가서, 그 안의 사람들을 한 사람당 각각 40여 초 동안 정지된 자세를 찍은 후 십여 분짜리의 정지된 사진 같은 동영상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한편 크리스 마커Chris Marker는 (거의) 사진만을 가지고 28분 분량의 영화인 <라 제떼La Jetee>(1962)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구요. 두 작품 다 사진과 영화의 묘한 경계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진과 영화의 정확한 경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A: 지금 보면 예술은 계속 그 영역이 확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예술의 전체적인 것도 그렇겠지만 예술 안에서도 서로 다르게 여겨지던 장르들이 각자 확장하면서 그 사이의 경계들이 많이 흐려지고 있는 거죠.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엔 사진과 영화를 굳이 구분 지으려고 한다는 게 무의미해진 거죠. 요새는 그래서 뉴욕에서도 보면 사진작가라고 하기보다 아티스트라고 하잖아요. 학교에서도 점점 학과들이 뭉쳐지고 있고. 최근의 비엔날레에서는 하나의 퍼포먼스와 미술, 그리고 사진과 영상이 섞여 있는 것들을 점점 많이 볼 수 있어요.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매튜 바니Matthew Barney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사람 같은 경우는 하나의 작품이 퍼포먼스부터 영화, 사진까지 다 아우르잖아요. 그렇게 사람들의 장르나 예술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이 바뀌고 확장되어 가고 있는데 기기의 발전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요. 요새는 특히 디지털 기기들로 예전에 불가능했던 많은 것들이 손쉽게 가능해지고 있으니까요.

영상을 만드는데 상당한 공을 들이는 이명세 감독인 만큼, 처음에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사진이 상당 부분 역할을 하지 않을까, 혹은 영감이라도 주지 않을까 했다. 그렇게 성급한 결론에 기인해 어느 정도의 답까지 예상하고 시작한 질문은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보통 책을 읽거나 명상을 통해 영화의 실마리를 잡아간다는 이명세 감독은 그렇게 추상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한 자신의 개념을 영화라는 구체적인 것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에서 일부러 사진 등 정지된 그림 속에서 출발하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나 사람의 기억 속에서 ‘정지된 사진still picture’이 ‘움직이는 그림moving pictures’으로 이어져 나가는 시작점이며 열쇠인 것은 인정하면서도 영화는 영화이어야만 한다고 믿는 그다. 그래서 이명세 감독은 영화의 출발점을 굳이 정지된 하나의 프레임으로 삼으려 하지 않고 바로 수많은 이미지가 흘러가는 영화적인 것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그는 사진이 영화와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영화하는 사람으로서 정지된 이미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오히려 영화적인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례적인 듯, 하지만 반듯이 이명세 감독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으로 어떤 감독들의 작품들을 좋아하는지 물어보았다. 준비되어있는 대답인 듯, 항상 확실하다는 듯, 이명세 감독은 바로 5명의 감독, 자크 타띠Jacques Tati,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버스터 키튼Buster Keaten,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그리고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를 들었다. 이명세 감독은 그들이 가장 영화다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라고 하였다. 다른 매체로 대신할 수 없는 영화들, 영화이었어야만 했던 영화들, 이야기를 이미지로 풀어가는 영화들을 만드는. 어떤 것이 영화다운 영화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한없이 길어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명세 감독은 그중에서 움직임과 비주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명세 감독은 하나의 매체에서 너무 한가지만을 고집하는 것이 스스로 갇혀있는 것이며 더 이상 지금 시대의 흐름과도 맞지 않다고 본다. 영화가 꼭 영화적인 것만을 고집하고 사진도 같은 이유로 그와 같은 고집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사진이 지닌 압축된 시간과 상상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특성이 좋다고 했다. 그것이 1988년의 첫 영화 <개그맨>에서부터 최근의 영화 <M>까지, 끊임없이 프리즈 프레임을 영화 속에서 활용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사진에서도 영상을 활용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영화와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도 많아질 것이지만 그것으로 사진이나 영화 각각의 특성이 무너지고 장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한다. 오히려 자신의 영화 속에서 보이듯이 흐르는 이미지들 속에서 정지된 이미지는 빛을 발하면서 드러나고 서로를 돋보이게 해주는 존재로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 사진으로 남겨진 영화작업을 끝낸 그는 언젠가는 사진에서 출발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도 있다고 했다. 아무리 똑같이 하려 해도 사진과 영화로 만들어진 두 결과물은 결국 다른 것이 되고 말 것을 그는 잘 알고 있기때문에 오히려 그런 욕심이 나는 듯했다. 둘이 온전히 똑같은 것이라면 굳이 사진을 영화로, 또는 영화를 사진으로 반복할 필요가 없으니까. 세상의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세상의 어떠한 이미지를 보여주어도 영화로 풀어가려고 할 듯한 이명세 감독은 천상 영화인지만, 영화든 사진이든 그것은 우리의 추상적인 생각과 개념을 이미지로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그것은 영화와 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공통점이지만 두 매체를 묶어놓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될 것이다. 이명세 감독은 두 매체가 가진 이미지를 바라보는 인간들의 시선이 우리가 지닌 감각 중에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라고 했다. 성경의 한 구절에서 드러나는 그 명백한 증거를 보이면서: ‘보시기에 좋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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