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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오직 두 가족에게만,
성주 위인이 내어준 한옥

전통한옥, 한국관광공사

대구에서 출발하면 1시간을 채우기 전에 가야산 국립공원에 도착하는데요. 가야산 자락에는 국립공원과 성주를 모두 품은 듯한 전통한옥 청휘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청휘당이 있던 자리는 성주의 중요한 역사가 새겨진 곳이에요. 고려 말 충신이었던 도은 이숭인 선생은 여러 차례 고초를 겪으면서 성주로 유배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돌아온 고향 성주에서 도은 선생은 지금의 청휘당 자리에서 제자들을 모아 가르쳤다고 해요. 당시의 건물은 모두 사라졌지만, 훗날 성주군청이 도은 선생의 정신을 잇기 위해 유허지에 지금의 청휘당을 세웠습니다.

 

도의를 중시하셨던 도은 선생의 정신을 더 많은 사람과 깊이 공유할 수 있도록 청휘당은 숙소 2동을 마련했는데요. 숙소가 단 2동뿐이라고 해서 소박한 규모를 예상할 수 있지만, 막상 오면 넓은 부지와 많은 건물에 놀라게 됩니다.

관물루, 청휘당
관물루, 청휘당

관물루

청휘당 넓은 주차장에 도착하면 바로 보이는 ‘관물루’가 먼저 시선을 빼앗는데요. 관물루는 청휘당의 정문이자 청휘당에서 가장 높아서 넓게 전망을 바라볼 수 있는 누각입니다. 관물루에 올라서면 자연스럽게 풍월을 읊어야 할 것만 같기도 하고, 반대로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는데요. 고개를 들면 가야산이 가득하고 시선을 내리면 동네의 아담한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이기도 합니다.

관물루를 통해 청휘당으로 들어서자 넓은 잔디 마당이 먼저 손님을 반기네요. 그 자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이 넓은 사랑대청을 품고 있는 ‘청휘당’이고, 양쪽으로 손님들이 묵을 수 있는 ‘명의재(서재)’와 ‘거경재(동재)’도 보입니다. 

탁 트인 마당에 시원한 대청까지, 이 넓은 공간을 서재와 동재에 머무는 두 가족이 모두 차지할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네요. 층간소음 걱정도 없이 너른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다닐 아이들을 생각만 해도 그동안 뛰지 말라고, 소리치지 말라고, 나무라기만 해서 미안했던 마음을 보상해주는 것만 같아요.

거경재, 청휘당
거경재, 청휘당

거경재

명의재, 청휘당
명의재,  청휘당

명의재

청휘당이 집안의 주인이 머무는 사랑채처럼 당당한 위풍을 자랑하고 있고 사랑대청이 정말 넓어서 이곳에서 환갑잔치나 돌잔치와 같은 가족 모임도 열 수 있다고 해요. 할아버지 할머님을 대청 가운데 모시고 온 가족이 마당에서 큰절을 올리면 왠지 권세 좀 누리고 있는 양반댁 분위기가 날 것만 같네요.

여러 가지로 청휘당은 가족 단위의 투숙객에게 최적화되어 있어서 가족을 배려한 체험행사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투숙객은 항아리나 전통쟁반 등을 만드는 전통공예체험을 할 수도 있어요. 그것도 무료로 말이죠. 또한, 대청을 무대로 전통음악회나 퓨전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고 하니 운이 좋다면 특별한 공연까지 덤으로 볼 수 있겠네요.

청휘당,  한국관광공사
청휘당, 한국관광공사

청휘당

청휘당의 모든 건물의 외부는 고풍스러운 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으면서도 숙소인 명의재와 거경재의 내부는 숙박에 불편함이 없도록 현대적인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요. 편리한 부엌에 깨끗한 화장실은 물론 냉장고, 인덕션, 에어컨, TV까지 있어서 숙소로 한옥을 고려할 때 걱정되는 부분을 모두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숙소 내부에서는 한옥 숙박의 가장 큰 매력도 느낄 수 있는데요. 문을 열면 훤히 보이는 마당과 정원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정취와 방 안에 있어도 커다란 자연을 내부로 들여놓은 듯한 개방감은 한옥이 아니라면 쉽게 누릴 수 없죠. 또한, 툇마루에 누워 해가 좋으면 따뜻한 햇볕을 즐기고, 바람이 좋으면 신선한 공기를 맡고, 또 비가 오면 떨어지는 빗방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힐링이 됩니다.

도은기념관, 청휘당
도은기념관, 청휘당

​도은기념관

이쯤 되니 이렇게 좋은 자리를 내어주신 도은 선생이 문뜩 궁금해지는데요. 청휘당의 오른쪽 돌담 사이에 난 협문을 통해 나가면 보이는 ‘도은기념관’에서 그의 삶과 정신을 좀 더 엿볼 수 있습니다. 청휘당 뒤쪽에 도은 선생을 모시는 사당채도 있지만, 출입이 자유로운 곳은 아니라 담 넘어 감사한 마음만 전하기로 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청휘당에서라면 좋지 않은 계절이 없지만 휴가철인 여름이면 매년 청휘당을 찾아주시는 가족들이 특히 많다고 해요. 그래서 여름이면 아이들을 위해 주차장에 특별 수영장도 설치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청휘당 옆에는 지하수가 흘러 발을 담글 수 있는 낮은 족욕천과 맑은 물이 흐르는 자연 개천까지 있으니 물놀이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요. 

청휘당,  한국관광공사
청휘당,  한국관광공사

청휘당

성주 청휘당에 오게 되면 청휘당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되는데요. 아무리 청휘당이 좋아도 바로 보이는 가야산 국립공원에도 꼭 다녀오세요. 특히 40년 가까이 사람의 왕래를 금지했다가 최근이 되어서야 개방된 만물상 탐방로는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절경으로 유명하죠. 계절과 때에 따라, 만 가지 형상이 보인다고 할 정도의 다양한 풍경이 청휘당 만큼이나 매력적인 산입니다.

가야산 정상에 올라 성주와 청휘당을 내려다보니 역시 저 자리가 성주의 명당이구나 하고 느껴져요. 그리고 그러한 명당에 고즈넉한 한옥이 자리 잡은 풍경이 멀리서 보아도 너무 근사하고 잘 어울립니다. 숙소가 단 2동뿐이라 예약 경쟁이 만만치 않지만, 그만큼 한옥과 자연의 가치를 더 깊이 곱씹어보게 되고 오래 기억하게 되는 청휘당입니다. 

청휘당,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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