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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킹스맨을 따라가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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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킹스맨을 따라가는 여행

런던까지 가서 그냥 올 순 없잖아

 

 

1. 남자는 수트빨이지

 

영화 속: 킹스맨 런던 본부

실제: H.헌츠맨 앤 썬즈(H.Huntsman & Sons)

주소: 영국 런던, 11 Savile Row, Mayfair, London W1S 3PG, UK

제이슨 본과 잭 바우어가 증명하듯이, 미국의 첩보요원이 옷 챙기길 여유 없는 패알못의 삶이라면, 영국에서 첩보요원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패피가 되어야죠. 에그시와 같은 패알못이라고 해도 킹스맨이 되는 과정에서 해리(콜린 퍼스)와 같은 패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킹스맨에 첫 발을 들이는 입구가 양복점인 것은 다 이유가 있죠. 

*킹스맨의 런던 본부인 ‘킹스맨 양복점’은 런던의 명품 수제 맞춤 양복점들이 늘어선 새빌로우(Savile Row) 거리에 있는 ‘헌츠맨(Huntsman)’을 배경으로 촬영했습니다. (사진출처:Huntsman)

영화 속 ‘킹스맨 양복점’처럼, 1849년에 처음 문을 열어 창립자의 성을 딴 ‘헌츠맨’은 그 이후 대를 잇는 가업이 되면서 지금의 공식 이름은 ‘H.헌츠맨 앤 썬즈’입니다. 헌츠맨은 창립이후 19세기 빅토리아 여왕과 에드워드 7세 왕은 물론, 그 이후 윈스턴 처칠 같은 정치인들과 영국 왕실 사람들, 그리고 그레고리 펙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하우스>의 휴 로리와 <빌리언스>의 데미안 루이스까지, 수많은 영국과 미국의 배우들을 패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킹스맨>을 위한 실내촬영은 제약때문에 스튜디오로 옮겨야 했지만, 유능한 미술팀이 실제 헌츠맨을 모델로 많은 것을 재현하고 헌츠맨에서 매장에 있던 소품까지 빌려주는 바람에 지금도 헌츠맨 안에서는 킹스맨의 향기가 나는 듯 합니다. 당장에라도 들어가서 사라진 해리의 흔적을 찾고 싶지만, 왠지 헌츠맨의 포스와 가격에 기가 눌린다면 구글지도의 스트리트뷰로도 헌츠맨의 깊은 속까지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2. 에그시도 살만 했구나

 

영화 속: 에그시의 아파트

실제: 알렉산드라&에인즈워스 에스테이트 Alexandra and Ainsworth Estate

위치: 영국 런던, Rowley Way, London NW8, UK

 

에그시가 파쿠르로 자유자제로 넘나들던 아파트는 삭막하게 드러난 거대한 노출 콘크리트 덩어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모습이, 마치 스파이 영화보다는 디스토피아의 SF 영화에 나올 법한 삭막한 공동주거구역으로 보이죠. 

 

저소득층 가정의 문제아인 에그시에게는 딱일 만도 한데, 사실 이 아파트는 방 2개짜리 코딱지만한 집도 7억을 넘나드는 결코 싼 아파트가 아닙니다. 주거지로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얼핏 차갑게는 보여도 이 건물이 지어질 70년대에는 나름 유행하던 브루탈리즘 건축양식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사진출처:wikipedia)

무엇보다 이 아파트, ‘알렉산드라&에인즈워스 에스테이트’는 국가가 지정한 런던의 문화제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5.5% 안에 드는 Grade II* 등급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왠지 이곳에 가서도 함부로 만져서는 안될 것 같은 위엄이 느껴지죠? 

 

그래도, 현재도 부지런히 사람들이 밝고 다니는 튼실한 콘크리트 건물이니 조심히만 만진다면 당장에 무너질 것 같진 않네요. 다만,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거주지인 만큼 민폐 끼지는 일 없이 조용히 관찰만 하다가 나오면 좋을 듯해요. 왜냐하면 여기서 15분만 걸어가면 있는, 비틀즈의 그 유명한 애비 로드(Abbey Road) 횡단보도로 서둘러 가야 하니까요! 

 

 

3. 매너를 가르쳐줄게

 

영화 속: 에그시의 펍

실제: 블랙 프린스 펍 Black Prince Pub

주소: 영국 런던, 6 Black Prince Rd, Lambeth, London SE11 6HS, UK

 

에그시가 즐겨가던 펍은 영화에서처럼 실제로도 블랙 프린스 이름 그대로 런던에 있습니다. 에그시가 블랙 프린스를 어찌나 좋아했던지, 알고 보니 집이 있는 런던 북부에서 남부에 있는 이곳까지 차로 40분이 넘는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 다녔던 거네요. 

 

혹시, 이곳까지 가서도 에그시와 같은 문제아나 양아버지 같은 건달들이나 들락거리는 술집이 아닐까 싶어 들어가기 망설여질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아이들도 드나드는 분위기 좋은 펍입니다

(사진출처:wikipedia)

영화 속 실내의 풍경과는 닮은 점 보다는 다른 점이 많아서 처음엔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밝은 햇살이 부드럽고 편안한 나무 인테리어에 부셔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금방 편안한 마음이 듭니다. 

 

무엇보다 한 겨울에는 화롯불 앞에 앉아서 일요일에만 준비되는 두터운 로스트를 씹고, 날이 풀리면 작은 뒷마당에 옹기종기 앉아 킹스맨 햄버거에 해리처럼 기네스 흑맥주를 곁들여 즐기다 보면, 첩보 요원 생활의 짙은 향과 쓴 맛이 동시에 느껴지겠죠. 그러면 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매너가 자연스럽게 올라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여유도 생기는 것만 같습니다.

 

 

 

4. 이 교회엔 슬픈 전설이 있어

 

영화 속: 사우스 글레이드 미션 교회(South Glade Mission Church)

실제: 성바바라 개리슨 교회(The Garrison Church of St. Barbara)

주소: 영국 서리, Deepcut Bridge Road, Deepcut, Surrey GU16 6QX, UK

<킹스맨>에서 발렌타인의 도피처가 있는 알프스 산과 함께 드물게 영국이 아닌 배경으로 교회가 나오죠. 바로 해리 님께서 광기에 어린 미국의 극보수주의 신도들을 상대로 일당백의 전설을 쓰신 장소입니다. 영국 신사가 미친 미국인들을 좀비처럼 싹 쓸어버리는 멋진 장면은 촬영이 복잡해서 이 한 씬을 촬영하는 데만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고 합니다. 덕분에 <킹스맨>에서 가장 잔인하고 격렬한 동시에, 가장 신나고 스릴 넘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리고…(스포일러로 편집) 

(사진출처:wikipedia)

미국 켄터키주에 있다던 이 사우스 글레이드 미션 교회는, 다행히도 실제로는 미국 켄터키주가 아닌 영국 런던 근교 서리에 있어서 다른 <킹스맨>의 촬영지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이 성바바라 개리슨 교회는 이름에 포함된 ‘개리슨(garrison)’이란 명칭이 증명하듯이, 1901년에 세워질 당시에는 군인들을 위한 조립식 가건물의 형태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영화에서처럼 크기도 작고 아담한 흰색의 교회는, 그런데 100년전 조립식 가건물의 수준이 어찌나 높던지 지금까지 굳건히 버티면서 1984년에 결국 Grade II 등급의 문화제가 되고 맙니다. 

 

교회를 가꾸던 측에서도 영국 전역과 아일랜드에서도 가져온 파이프 오르간, 스텐인드글래스, 창문과 장식들을 가져와서 교회에 정성을 다했습니다. 문화제이면서 교회이기도 한 만큼 이곳을 방문할 때에는 해리에 버금가는 매너를 갖추어만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리를 위해서 기도를…

 

 

 

5. 파크가 공원이 아니라니

 

영화 속: 킹스맨 훈련원

실제: 로덤 파크(Wrotham Park)

주소: 영국 하트퍼드셔, Wrotham Park, Barnet, Hertfordshire EN5, UK

해리의 설명은 사실이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1차 대전 후 자녀들은 잃은 영국의 부자들은 갈 곳 없는 돈이 정말 많았던 듯 합니다. 차기 킹스맨을 가려내기 위해 에그시를 비롯한 후보자들이 테스트를 받았던 대저택만 해도 정말 엄청난 곳입니다. 다른 평범한 교통수단을 두고 굳이 런던의 킹스맨 양복점과 저택을 오가는 20km 길이의 전용 익스프레스 지하 셔틀을 만드는데도 분명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을 테지요. 

(사진출처:Wrotham Park)

킹스맨 저택의 배경이 된 로덤 파크는 실제로도 런던 중심가에서 한 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정사각형 모양으로 만든다면 한 면의 길이가 10km에 달하는 10km²의 부지의 한 가운데 안에 로덤 파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로덤 파크는 18세기 영국의 해군제독 존 빙(John Byng)에 의해 베니치아의 팔라이온 양식에 따라 1754년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존 빙은 전장을 떠돌다 해외에서 전사하는 바람에 막상 이곳에서 하루도 살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만 그의 후손들이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렀고 지금까지 이 저택을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로덤 파크는 ‘파크(park)’라는 이름과 달리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가 아닌 사유지라 일반인이 쉽게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영화 촬영이나 이벤트 등에 장소대여는 하고 있기에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스텝이 된다거나 사이먼 코웰로부터 생일잔치 초대장을 받는 다면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죠. 

 

문 앞까지 가도 대저택의 처마끝도 보이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은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 비밀스러움이 더욱 더 킹스맨에 어울리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시크릿 에이전트니까요!